세습금지법을 시행 중인 감리회 안에서 변칙 세습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세습금지법을 시행 중인 감리회 안에서 변칙 세습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한때 강원도 춘천의 대형 교회였던 ㅇ교회가 세대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ㅇ교회는 3월 21일 주보를 통해 담임 유 아무개 목사 후임으로 이 아무개 목사가 왔다고 공지했다. 앞으로 이 목사는 1년간 인수인계 과정을 거친 후 내년 4월 담임이 되고, 유 목사는 은퇴할 것이라고 했다.

후임으로 내정된 이 목사는 전북 군산에 있는 ㅂ교회에서 시무했다. 지난 2년간 ㅂ교회에서 사역하다가 춘천으로 임지를 옮긴 것. ㅂ교회에는 경기도 이천의 대형 교회 부목사 출신인 또 다른 유 아무개 목사가 왔다. 그는 이 목사가 떠난 3월 21일부터 ㅂ교회 담임으로 시무하고 있다.

문제는 ㅇ교회 유 목사와 ㅂ교회 유 목사가 부자지간이라는 것이다. ㅇ교회와 ㅂ교회는 세습금지법을 제정·시행 중인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소속이다. 그렇지만 이 경우처럼 아버지가 아들에게 교회를 직접 물려주는 대신, 다른 교회 목사를 후임으로 세우고 그 자리에 아들을 보내는 일명 '교차 세습'은 법으로 막을 수가 없다.

감리회는 2012년 교계 최초로 목회지 대물림 금지, 즉 세습금지법을 제정하면서 세간의 조명을 받았다. 부자 목사 간 부와 기회의 대물림이 종식될 거란 기대와 달리 일부 교회는 교단법을 교묘히 피해 세습을 강행했다. '감리회세습반대운동연대'(감세반연)가 2017년 10월 공개한 리스트에 따르면, 세습금지법 제정 후에도 74건의 세습이 이뤄졌다. 직접적으로 임지를 물려주는 대신 변칙적인 방법(교차·징검다리 세습 등)을 동원한 것이다. 

ㅇ교회도 마찬가지다. 이번 일을 제보한 감리회 한 목사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단이 분명 세습을 금하고 있는데 법망을 피해서 밀고 당겨 주고 있다. 문제는 다들 알면서 쉬쉬한다는 것이다. ㅇ교회뿐만 아니라 지방에 있는 다른 교회들도 비슷한 패턴으로 임지를 가져가고 있다. 세습금지법이 있으나 마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교차 세습과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아버지 유 목사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유 목사는 할 말이 없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아들 목사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ㅇ교회 후임으로 부임한 이 목사는 "교차 세습으로 보지 말아 달라. 후임자 청빙은 장로들이 한 거다. 특별히 두 교회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두 교회가 잘 안정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감세반연 홍성호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회끼리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다 보니 변칙 세습이 이뤄지고 있다. (변칙 세습을 해도) 약간의 지탄과 욕만 먹으면 되니까 하는 것이다. 우리 교단은 미자립 교회의 경우 부자 세습을 예외로 하고 있는데, 심지어 어떤 목사는 아들을 앉히려고 교회 재정을 축소해서 보고하더라. 갈수록 목회자의 도덕적 윤리 의식이 쇠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