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뉴스앤조이> 독자들도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텐데요. 이후 기독교계에서도 팟캐스트 방송이 하나둘 등장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유명 목사들의 설교 방송이 주를 이루긴 합니다만, 한국교회의 회복이라는 담론을 다루는 방송의 청취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뉴스앤조이>는 유명 목사의 설교 방송이 아닌, 이런 팟캐스트에 주목했습니다. 기존의 방송 매체 대신 팟캐스트라는 대안 미디어를 택해 소통하는 기독교인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 목사들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 팟캐스트를 듣고 새로운 신앙 공동체를 모색하는 청취자들 이야기 △ '내가 복음이다' 양희삼 목사 인터뷰 등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2011년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등장으로 한국에서 팟캐스트 시대가 열렸다. 나꼼수는 팟캐스트를 오프라인에서 생산된 콘텐츠를 유통하는 수단이 아닌 대안 미디어로 활용했다. 기존 방송에서 하기 힘든 이야기를 방송 심의가 없는 팟캐스트에서 마음껏 풀어냈고, 청취자들은 열광했다.

청취자들은 당시 기득권 세력을 '까는' 나꼼수를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사회 문제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정치에 각성했고 이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기독교인으로서 눈여겨볼 만한 현상은, 나꼼수 멤버 중 한 명인 김용민 PD를 중심으로 2012년 5월부터 시작된 '벙커원교회'다. 벙커원교회는 기성 교회의 전통 내지 관습을 무너뜨리고, 등록·헌금·직분이 없는 삼무(三無) 교회를 표방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벙커원교회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나꼼수 이후 팟캐스트 방송이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했다. 교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명 대형 교회 목사의 설교나 CCM을 틀어 주는, 단순하게 팟캐스트를 유통망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설교 테이프나 CCM 음반을 듣던 기독교인들의 습관이 스마트폰으로 넘어온 것이다. 이찬수(분당우리교회)·오정현(사랑의교회)·조용기(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이규현(수영로교회) 목사 등의 설교 방송은 수천 명의 고정 청취자를 보유하며 나란히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 '나는 꼼수다' 이후 기독교계에서도 팟캐스트 방송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하지만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대부분 유명 목사들의 설교 방송이다. (아이튠즈 갈무리)

상대적으로 순위는 낮지만, 의미 있는 시도들도 있었다. 기독연구원느헤미야는 '에고에이미'라는 이름의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신학 이야기를 좀 더 쉽고 편하게 전달하려 했다. ('에고에이미' 바로 가기) 청어람ARMC도 서울에서 열리는 강의를 팟캐스트에 업데이트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이들이 서울에 오지 않더라도 있는 자리에서 콘텐츠를 이용하게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청어람ARMC 팟캐스트 바로 가기)

단순히 팟캐스트를 유통망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좀 더 적극적으로 방송을 기획하고 청취자들과 소통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이들은 복음의 본질에서 멀어져 가는 한국교회를 우려하며, 개혁적인 주제들로 청취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런 방송들은 몇몇 스타 목사의 설교에는 순위에서 뒤지지만 역시 수백 수천 명의 고정 청취자를 가지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현재 기독교 팟캐스트 중 이와 같은 내용의 방송에 주목했다. 지난 9월, 방송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과 팟캐스트를 듣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전화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취재해 보니, 제작자들도 청취자들도 한국교회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앞으로 세 개의 기사로 이들을 소개하려 한다.

다섯 번째 복음은 '내가복음'? 카타콤라디오 '내가 복음이다'

"성경에는 사복음이 있지만 현실에는 하나의 복음이 더 있습니다. 하나님을 등에 업고 내가 성공하고 내가 출세하는 '내가복음'. 이것이 복인지 독인지 알아보는 나이롱 크리스천을 위한 방송. '내가 복음이다' 지금 시작합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방송은 기독교계의 나꼼수, 카타콤라디오의 '내가 복음이다'다. 카타콤라디오를 이끄는 양희삼 목사와 함께 성경 공부하던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2013년 12월 첫 방송을 시작했다. '내가 복음이다'는 매주 1회씩 업데이트되며 현재까지 52회를 방송했다. 시즌1이 끝난 후 휴식기를 거쳐 현재 시즌2가 방송 중이다. 방송은 나꼼수처럼 여러 명이 한데 모여 이야기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내가 복음이다' 바로 가기)

▲ '내가 복음이다'는 기독교계 팟캐스트 중에서 가장 많은 청취자가 듣는 방송이다. 양희삼 목사(사진)와 몇몇 청년이 함께 만든 이 방송은 나는 꼼수다와 비슷한 형태로 진행된다. 교회에서 접할 수 없었던 신앙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구설에 오른 대형 교회 목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내가 복음이다'에서 이야기하는 주제들은 대부분 기존 교회에서 잘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이다. '기독교 환자 특집: 목사들의 성적 타락', '예수님 시대의 금수저들', '십일조를 넘어서' 등 그간의 기독교 방송에서는 전혀 접할 수 없었던 부분이다.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칠무해가 등장하기도 했다. 칠무해는 세계정부가 묵인하는 막강한 해적들을 빗댄 말인데, 어떤 구설에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대형 교회 목사 7인을 선정해 특집을 기획한 것이다. '건축을 사랑한 오정현 목사', '나비를 사랑한 조용기 목사', '자매를 사랑한 전병욱 목사' 등 제목만 보더라도 차별성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복음이다'는 기독교 팟캐스트 방송 중 가장 구색을 갖춘 방송이라 할 수 있다. 출연자들의 캐릭터부터 멘트, 주제까지 세심한 기획을 거친다. 안드로이드폰을 기반으로 하는 '팟빵'에서 구독자 수만 8,000명이 넘는다. 자체 집계되는 청취자 수만 해도 매회 평균 1만 5,000여명이다.

이 방송의 청취자들 중에는 가나안 성도도 많았다. 이들은 같은 방송을 듣는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SNS로 시작한 모임이 가입자 수가 많아져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은 '내복단-복음을 지키는 낮은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 카페를 개설했다. 2015년 10월 2일 기준 가입자는 2,704명이다.

카타콤라디오는 그동안 청취자가 빌려주는 서울 역삼동 라이브카페에서 주일 모임을 하고, 스튜디오를 임대해서 녹음을 해 왔다. 그러나 지난 9월, 서울 광진구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직접 녹음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카페를 차리고 같은 장소에서 주일이면 청취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대안 교회 꿈꾸는 '내가 목사다'

팟캐스트상에서 부끄러운 한국교회의 현실과 대안을 이야기하는 또 하나의 채널이 있다. 2014년 3월부터 시작한 '내가 목사다'라는 방송이다. 이 채널은 침례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개척 목회 중인 김종현 목사(더채플커뮤니티교회)가 운영하고 있다. 1회당 10분 남짓하지만 매일 업데이트되면서 정기 구독자가 생겼다. 많이 들을 때는 1만 명도 넘게 들었다. 현재는 약 2,000명 정도가 밤마다 그의 방송을 기다린다. ('내가 목사다' 바로 가기)

▲ '내가 목사다'는 '내가 복음이다'와 다르게 김종현 목사 혼자 진행한다. 김 목사는 10분 남짓 짧은 방송을 매일 업데이트한다. 그는 2009년에 개척한 후 목회 현장에서 부딪히는 고민들을 청취자와 나눴다. ('내가목사다'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내가 목사다'가 유명해진 것은 '내가 복음이다'와 마찬가지로 한국교회를 향한 쓴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9년 교회를 개척해 목회 현장에서 부딪히는 부분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건강한 교회를 꿈꾸며 한국교회에서 부당하다고 생각해 온 것들을 방송에서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건축 때문에 교회 망한다', '헌금하는 목적, 교회 가는 목적이 뭐지?', '한기총 이거 정말 부끄럽습니다' 등이 그가 다룬 주제다.

팟캐스트 특성상 제작자와 청취자 사이에 활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청취자들은 그의 방송에 댓글로 리뷰를 남긴다. 그간 신앙생활을 하면서 고민하던 점이나, 대안 교회를 소개해 달라는 주문도 종종 눈에 띈다.

김 목사는 요즘 새로운 목회를 실험 중이다. 원하는 청취자들을 지역별로 묶어서 '더채플커뮤니티교회 OO'라는 이름으로 적게는 9명, 많게는 13명 규모의 소모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모임은 인터넷 밴드에서 지역을 중심으로 엮이는 청취자 모임이다. 어떤 곳은 개척교회가 참여한 곳도 있고 청취자들로만 구성된 곳도 있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그는 어떻게 하면 더채플커뮤니티교회가 한국교회에 작은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미국 사는 목사도 한국교회 주제로 팟캐스트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한인 목사가 있다. '황 목사의 비밀 해제'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황순기 목사다. 황순기 목사는 미국에서만 27년을 산 교포다. 그는 한국에서 들려오는 한국교회의 소식들이 너무 상식 밖의 일이어서 이런 점을 꼬집어 주기 위해 2013년 9월 팟캐스트의 문을 두드렸다. ('황 목사의 비밀 해제' 바로 가기)

황 목사의 팟캐스트도 김종현 목사의 '내가 목사다'와 본질적인 부분에서 비슷하다. 돈·권위·기복·번영을 이야기하는 한국교회와 목사를 비판한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황 목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알고 있다. 황 목사는 교회에서 잘못된 것에 질문조차 못 했던 문화를 지적하고,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게 돕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방송을 듣는 청취자도 한국교회 문제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이다. '황 목사의 비밀 해제'를 구독해서 즐겨 듣는 사람은 약 1,500명이다. 댓글을 보면 인도네시아·한국·미국·남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방송을 듣는다.

그의 청취자들도 김종현 목사의 청취자들처럼 건강한 교회에 다니고 싶어했다. 목사 한 명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헌금을 강요하지 않는 교회 말이다.

▲ 황순기 목사는 교포로 미국에서 27년을 살았다. 황 목사는 한국교회의 부조리를 청취자들과 나누고 싶어 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청취자들의 제안에 힘입어 인터넷상에서 운영하는 교회를 계획하고 있다. ('작은자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여기서 황순기 목사와 청취자들이 생각한 것이 지역에 국한받지 않는 인터넷 교회다. 그는 '작은자교회'라는 사이트를 개설했는데 여기는 지역적으로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모임(예배)의 횟수나 요일은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황 목사가 살고 있는 미국 달라스 시가 본부이기는 하지만 중앙에서 통제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작은자교회는 현재 회원을 받으면서 사역을 준비 중이다.

팟캐스트,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구석진 스튜디오에서 네 명이 낄낄거리며 시작한 나꼼수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었다. 방송을 듣고 정치에 각성한 시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오프라인으로도 모이기 시작했다. 나꼼수 청취자 중에는 당시 한-미 FTA 반대 집회나 반값 등록금 시위 현장에 나와 소통하는 사람도 있었다.

영향력은 작지만, 위에서 소개한 기독교 팟캐스트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방송을 듣고 교회와 신앙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카타콤라디오의 경우 청취자들이 직접 교회로 유입된 사례도 있으며, '내가 목사다'와 '황 목사의 비밀 해제'는 청취자들을 중심으로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고자 하는 단계다.

다음 기사에서는 청취자들의 사연을 소개하려고 한다. 팟캐스트를 들은 후 굳건하게 믿던 신앙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신앙에 의문을 가졌던 사람들도 있었다. 방송을 통해 회복을 경험하기도 했다. 팟캐스트 방송이 어떻게 이들의 신앙생활을 흔들었는지 기사를 통해 만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