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재신임 투표에서 부결된 목사의 직무를 정지했다. 목사 측은 교단 헌법이 신임 투표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맞섰지만, 법원은 목사가 교회에 부임할 당시 교인들과 합의하고 정관에 이를 규정한 점 등을 고려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법원이 재신임 투표에서 부결된 목사의 직무를 정지했다. 목사 측은 교단 헌법이 신임 투표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맞섰지만, 법원은 목사가 교회에 부임할 당시 교인들과 합의하고 정관에 이를 규정한 점 등을 고려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재신임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반대 교인들을 내쫓으며 버티기로 일관해 온 서울 동작구 사당동 ㅅ교회 주 아무개 목사의 직무가 정지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주 목사가 담임목사·위임목사·당회장 등 대표자로서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8월 25일 결정했다. 아울러 ㅅ교회 장로 4명의 예배당 건물 출입을 방해하거나 예배 참석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주 목사는 2017년 조건부로 ㅅ교회 2대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당시 교인들은 "임기 시작 3년 후, 이후 5년 후 신임 투표를 한다. 공동의회 참석자 2/3 이상의 신임을 못 얻으면 노회에 즉시 사임 청원서를 제출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교회 정관에도 이 내용을 추가했다. 하지만 주 목사는 2020년 11월 재신임 투표에서 69명 중 35명의 찬성을 얻어 재신임이 부결됐다. 과반수는 얻었지만, 재신임을 위한 정족수(46명)에는 모자랐다.

처음에 주 목사는 "안 나가겠다는 게 아니다. 나갈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재신임 투표 이후 몇 달이 지나도록 꿈쩍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교인들과 충돌이 벌어졌다. 주 목사는 자신을 반대하는 장로 4명을 면직·제명·출교했고 분쟁이 격화했다.

결국 교인들은 주 목사의 직무를 정지해 달라고 법원에 가처분을 냈다. 주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헌법과 총회 결의에 따라 재신임 투표는 무효라고 맞섰다. 예장합동 정치 4조를 보면 '위임목사'를 "한 지교회의 청빙으로 노회 위임을 받은 목사니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그 담임한 교회를 만 70세까지 시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예장합동은 104회 총회에서 "지교회 정관에 담임목사 시무 투표를 규정하는 것과 위임목사 계속 시무에 대한 신임 투표는 헌법에 반한다"고 결의했다. 이 규정을 들어 주 목사는 예장합동 위임목사란 정년 70세가 보장된 것이고, 재신임 투표는 총회 결의 위반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교인들 손을 들어 줬다. "정관에 의해 주 목사는 담임목사 지위를 상실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예장합동 헌법에 대해 "위임목사의 정년에 관한 규정으로, 위 연령을 초과해 업무 수행을 하는 것을 제한할 뿐 지교회가 미리 정관으로 위임목사에 대해 일정 기간 경과 후 재신임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봤다.

ㅅ교회는 8월 29일 '재신임 조항 삭제'를 위한 공동의회를 열려 했다. 그러나 주 목사를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회의를 통보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ㅅ교회는 8월 29일 '재신임 조항 삭제'를 위한 공동의회를 열려 했다. 그러나 주 목사를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회의를 통보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인들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5달간 주 목사가 재신임 투표 결과를 불복하고, 교회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되풀이해 왔다고 말했다. 가처분 결정이 나오기 직전인 8월 22일, ㅅ교회는 정관 개정을 위한 임시 공동의회를 8월 29일 주일예배 후 소집한다고 공고했다. "문자 통보받은 무흠 세례교인만 참여할 수 있으며 회의는 비공개"라고 했다.

ㅅ교회 한 교인은 9월 2일 통화에서 "주 목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교인은 약 50여 명인데, 이들은 모두 주 목사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회원권이 정지된 것 같다. 문자를 받은 사람만 공동의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데 50여 명 중 문자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주 목사를 지지하는 5명과 주 목사 가족 등 10명 남짓으로 공동의회를 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연히 주보를 얻게 된 한 교인의 제보로 이 사실이 알려졌고, 교인들은 부랴부랴 주 목사의 이런 행위를 막아 달라고 추가 서면을 냈다. 법원은 이 서면이 제출된 지 이틀 후에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채무자(주 목사)의 직무 수행을 인정할 경우 교회 분쟁과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노회는 없던 일로 하고 서로 용서하자는 화해 조정안을 내놨다. 교인들은 "일방적 용서를 강요한다"고 반발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노회는 없던 일로 하고 서로 용서하자는 화해 조정안을 내놨다. 교인들은 "일방적 용서를 강요한다"고 반발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주 목사의 전횡으로 교회가 혼란스러웠지만, 노회는 개입하지 않고 있다. 교인 50명은 지난 4월 예장합동 관서노회 봄 노회에 주 목사를 권징해 달라는 고소장과 해임 청원을 올렸다. 그러나 노회는 "권징조례 고소장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1심 재판 결과에 의해 고소 건을 받을 수 없으며, 상소 재판을 통해 1심 당회 재판이 불법이라고 판정되지 않는 한 고소 건은 처리할 수 없으므로 반려한다"며 고소를 각하했다. 1심 재판 결과나 1심 당회 재판이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서노회는 봄 노회에서 주 목사를 총대와 GMS(총회세계선교회) 파송 이사로 세웠다. 주 목사는 9월 13일 울산에서 열리는 106회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노회는 교인들에게 "없던 일로 하자"는 식의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7월 20일 노회가 보낸 화해 조정안을 보면 △주 목사가 처음 부임했을 당시로 돌아가는 것 △당회·노회 및 민형사상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서로를 향해 용서를 구하고 화해하는 것 2가지를 받을지 말지 결정하라고 했다.

교인들은 발끈했다. 이들은 노회에 보낸 답변서에 "우리의 요구는 간단하다.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약속을 지키지도 않고, 재신임 투표 결과에도 따르지 않고, 불법적인 당회 재판(장로 치리)을 진행한 사람도 주 목사다. 이 조정안은 주 목사의 지위를 견고하게 하는 내용만 담고 있으며 일방적 용서를 강요하는 것뿐"이라고 답했다.

교인들은 직무가 정지된 주 목사의 총회 참석 등 회원권 행사를 막아 달라고 노회에 요청했지만, 노회는 손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 아무개 노회장은 2일 통화에서 "사회 법적으로는 목사가 아니지만 교회법적으로는 목사로 볼 수 있다. 양비론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지만, 주 목사가 스스로 내려놓는 게 제일 좋다. 그러나 (주 목사가 총회도 가겠다고 하면) 막을 수는 없다. 노회에서 아무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정교분리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교회를) 어떻게 할 수 없다. 주 목사 건은 노회를 열어서 논의해야 하는데, 코로나 시대에 한 사람 때문에 임시노회를 열 수는 없지 않은가. 총회가 끝나고 10월 가을 정기노회 때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아무개 목사는 가처분 이의신청을 낸 상황이다. 그는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처분 결정이 이렇게 났으니 본안이나 이의신청에서 뒤집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그러나 후회 없이 (할 수 있는 대로) 해 보고 나서도 안 되면, 하나님 뜻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고 결론적으로는 (교회를) 나가게 되지 않겠는가. 지금은 조용히 금식하면서 기도해야겠다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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