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연세대학교에서 상담코칭학을 가르쳐 온 전 신학대학원장 ㅈ 교수가 성폭력을 저질러 '파면'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ㅈ 교수는 복수의 제자를 상대로 성폭력을 가했고, 학교 측은 혐의를 인정해 7월 6일 ㅈ 교수를 파면했다. 연세대 교원 징계 규정 중 파면은 가장 높은 수위에 해당한다.

연세대 성평등센터는 지난해 12월 ㅈ 교수의 성폭력 사건들을 접수하고 성폭력대책위원회를(대책위) 꾸려 자체 조사에 나섰다. 대책위 조사 결과 ㅈ 교수는 수년간 복수의 피해자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은 학내 성폭력대책위원회가 지난 2월 ㅈ 교수(사진)의 '파면'을 결의했음에도, 1학기 내내 그의 사진을 학교 홈페이지에 걸어 뒀다. 연세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은 학내 성폭력대책위원회가 지난 2월 ㅈ 교수(사진)의 '파면'을 결의했음에도, 1학기 내내 그의 사진을 학교 홈페이지에 걸어 뒀다. 연세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한 피해자는 7월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 일로 여전히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피해 사실을 알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ㅈ 교수가 신대원 원장과 신과대학 학장 등을 수년간 역임하면서 학교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면 오히려 자신에게 또 다른 피해가 돌아오지 않을까 우려했다. A는 "신앙인이자 상담가로 존경하고 믿었던 교수에게 이런 일을 당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A의 증언처럼 ㅈ 교수가 연세대 신대원·신과대학 및 기독교상담학 분야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은 상당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목사이기도 한 그는 2005~2014년 원장·학장으로 재직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한국가족문화상담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ㅈ 교수는 미국에서 안식월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는 ㅈ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수년 전에도 성폭력 문제 제기,
내부에서 비공개로 처리하고 넘어가
안 생겨도 되는 피해자 만든 것"

학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ㅈ 교수의 성폭력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데는 B의 역할이 컸다. 조교였던 B는 ㅈ 교수의 성폭력 사건을 학교에 알리고 이를 공론화해 왔다. ㅈ 교수가 파면되면서 사건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지만, B는 여전히 학교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B는 현 신대원장 ㄱ 교수에게도 여러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B가 ㅈ 교수 사건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ㄱ 교수가 △성폭력 사건 신고를 만류하려 했고 △피해자 신분을 노출하는 것은 물론 추가 피해자의 신분을 알아내려 했으며 △관련 문제 조사를 총괄하는 윤리인권위원장과의 관계 및 연락 내용을 허위로 언급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2차 가해를 했다는 것이다.

B는 7월 2일 <뉴스앤조이>를 만나 "ㅈ 교수는 평소 ㄱ 교수와 제자들에게 나에 대한 근거 없는 험담을 하거나, 욕설을 내뱉어 왔다. 이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현 신대원장 ㄱ 교수를 작년 12월 20일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다. 과거 학내에서 ㅈ 교수의 성폭력 문제가 불거졌는데, ㅈ 교수가 이를 학교 공식 기관에 알리지 않고 피해자에게 치료비 명목의 상담비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무마했다고 했다. 당시 언론 보도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ㄱ 교수의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 ㅈ 교수 행실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온 B는 몇몇 학생에게 연락을 취했고, 실제 피해자의 증언까지 듣게 됐다. B는 12월 24일, ㄱ 교수에게 학교 윤리인권위원회에 ㅈ 교수를 신고하겠다고 했다. B는 "그러자 ㄱ 교수가 전화를 걸어 와 무고죄와 졸업 문제를 언급하면서 신고를 만류하더라. 또 과거 (ㅈ 교수 사건의) 피해자 실명을 스스럼없이 말하면서, 또 다른 피해자가 누구인지 유추하는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ㅈ 교수의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한 B는 일종의 '내부 고발자(whistleblower)'다.
ㅈ 교수의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한 B는 일종의 '내부 고발자(whistleblower)'다.

ㄱ 교수가 회유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적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30일 ㄱ 교수가 B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ㅈ 교수가 어제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오늘 부원장과 내 결재를 거쳐 총장님께 접수됐다. ㅈ 교수님이 여기서 잘 마무리하실 수 있도록 됐으면 한다"고 나와 있었다.

B는 이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고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ㅈ 교수의 성폭력 문제가 또 제기됐는데도, ㄱ 교수는 ㅈ 교수가 아무 일 없이 퇴직하길 바란 것이다. 과거 사건 당시 학과에서 보직을 맡았던 ㄱ 교수는 학교 성평등센터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 만약 ㄱ 교수가 ㅈ 교수 사건을 그때 제대로 짚고 넘어갔다면 추가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는 사건을 비공개 처리하더니, 지금은 ㅈ 교수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다. 전형적인 2차 가해다"라고 말했다.

또한 B는 ㄱ 교수가 올해 1월 5일 단둘이 만난 자리에서 신대원 부원장과 언제·어떤 내용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성폭력을 보고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고 했다. ㄱ 교수가 학내 윤리인권위원장과의 관계를 허위로 언급하며 "(ㅈ 교수를) 명예롭게 은퇴하시려고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뜻대로 잘 안 된다"는 말도 꺼냈다고 했다.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B는 ㄱ 교수의 행위를 학교 윤리인권위원회에 신고했다. 윤리인권위는 올해 4월 2일 "ㄱ 교수가 윤리인권위원장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허위 발언은 매우 비윤리적이고 부적절했다. (중략) ㄱ 교수의 의도가 어떠하든 인권 침해 신고 사건과 관련해 윤리인권위원장을 거론하는 행위는 개소 이래 인권센터가 구축해 온 신뢰성과 중립성을 중대하게 침해한다"며 "ㄱ 교수와 신대원에 강력히 경고한다"고 했다.

현 신학대학원장 ㄱ 교수는 기자에게 "내가 ㅈ 교수의 과거 성폭력 사건을
현 신학대학원장 ㄱ 교수는 기자에게 "내가 ㅈ 교수의 과거 성폭력 사건을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게 상당히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그러나 ㄱ 교수는 성폭력 관련 2차 가해를 한 적이 없고, 회유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는 7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ㅈ 교수를 명예퇴직으로 처리하자고 한 건 여성 문제들이 나오기 전이었다. 교육부에 신고된 다른 사항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지 성 비위 건을 두고 한 얘기가 아니다. 모두 오해에서 비롯한 일"이라고 말했다.

과거 ㅈ 교수 성폭력 사건을 은폐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ㄱ 교수는 "그 당시 피해를 입은 여학생이 ㅈ 교수의 사과를 받고 싶다고 같은 전공 교수들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그때 (ㅈ 교수가)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보직에서 물러났고, 그 여학생이 회복할 수 있도록 치료 차원의 상담비를 제공한 일이 있다. 그 건과 다르게 최근 파면의 근거가 된 (성폭력) 건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만약 내가 은폐하려 했다면 학교에서 징계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ㄱ 교수는 학교 윤리인권위원장을 언급한 건 자신의 실수라고 했다.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이름과 같아서 착각해 말한 것이다. 이 일로 학교에서 경고도 받았다. 기관의 장으로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B는 ㄱ 교수의 해명은 신학대학 교수이자 목사, 상담가이자 성폭력·성범죄 예방을 위한 국가사업 서비스를 주관하는 단체 대표로서 적절하지 못하다고 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ㅈ 교수의 성폭력 사건 조사 요청을 받았음에도 절차와 규정에 맞는 신고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고, 가해자 ㅈ 교수의 명예퇴직을 추진했다. 잘못이 없다고 잡아뗄 게 아니라 2차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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